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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임금 사안에 대한 한국자동차산업협회의 입장
작성일 2017-08-11 조회수 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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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임금 사안에 대한 한국자동차산업협회의 입장

 

 

 

1.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은 생태계적으로 위기상황에 있습니다. 

 

○ 우리나라 자동차생산 규모는 2012∼2015년 동안 450만대 수준으로 정체를 보이다가 지난해 423만대로 30만대 이상 감소하였고 금년에도 내수와 수출의 동반 부진으로 감소세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 독일, 일본 등 8대 자동차생산국 중 최근 2년 연속으로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  뿐입니다.

 

○ 특히 우리나라보다 자동차 생산 후발주자인 중국, 인도, 멕시코의 생산량이 급증하고 있어 독일, 일본, 미국 등 선진국들을 따라잡아야 하는 입장에 있는 우리나라가 오히려 신흥국들에게 쫓기며 글로벌 생산순위가 2016년 인도에 추월을 당하였고 금년에는 멕시코에게도 밀릴 수 있는 지경에 있습니다. 

 

○ 최근 중국에서 다른 선진국 투자기업과 달리 우리나라 현대·기아차가 중국업체에 밀려 고전하면서 함께 진출한 부품업계까지 경영위기를 맞고 있는 것은 사드 등 외부적 요인과 함께 가격, 기술, 품질 등 종합적인 생산경쟁력에서 중국업체의 도전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는 데에도 원인이 있습니다. 

 

○ 이러한 우리나라 완성차업계의 어려움으로 자동차 부품업체의 생산과 수출도 2015년 이후 금년 상반기까지 3년 연속 감소하는 등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이 생태계적으로 위기상황에 있습니다.

 

 

2. 과중한 인건비 부담이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글로벌 생산경쟁력 위기의 근원입니다.

 

○ 2만개 이상의 부품 조립으로 대량 생산되는 자동차산업은 인건비 비중이 매우 높고, 치열한 글로벌 시장 경쟁에 따른 차종별 수요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생산구조가 요구되기 때문에 인건비와 노사관계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이 되고 있습니다.

 

○ 직무급, 상여금, 성과급으로 구성된 선진국 임금체계와 달리 우리나라 임금체계는 호봉형 기본급, 상여금, 연차수당, 복지수당 등과 같이 근로자 생산성 및 기업성과와 무관하게 구성되어 있어 연차에 따라 자동 인상되고 여기에 매년 임금협상이 전개되면서 총액 임금은 상승되어 왔습니다.

 

○ 이에 따라 우리나라 완성차업체의 평균 임금수준이 세계 최고수준이며, 1만4천불대의 부가가치가 낮은 소형차 위주의 생산국가인 점을 고려하면 부가가치가 높은 차량을 생산하는 선진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건비 부담은 더 크다고 할 것입니다. 실제로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이 12%를 넘어 제조업의 정상적인 경영지표의 한계선인 10%를 넘어서는 경영부담을 지고 있습니다.

 

○ 또한 이러한 과중한 인건비 부담은 R&D 투자규모와 투자여력을 약화시켜 우리나라 기업이 헤쳐 나가야 할 중·대형차, 고급브랜드차, 픽업 등 상용차 분야뿐만 아니라 전기차, 수소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형자동차 개발에서도 경쟁에 뒤처지게 하고 있습니다. 2016년 현대·기아차의 매출액 대비 R&D 비중은 2.7%로 VW(6.3%), GM(4.9%), 도요타(3.8%)보다 훨씬 낮으며, R&D 투자액도 4조원 규모로 VW의 1/4, 도요타의 2/5 수준에 불과합니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의 자동차산업 인건비 부담은 현재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뿐 아니라 미래성장동력까지 약화시켜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위기를 가중시키는 근원이 되고 있습니다.

 

 

3. 특히, 통상임금 문제는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현재와 미래의 경쟁력에 큰 충격을 주는 중대한 사안입니다.

 

○ 우리나라 임금체계가 외국과 달리 정기상여금이 높은 구조로 되어있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면 이를 기초로 산정되는 연장·야간·휴일근로 수당, 연차수당, 퇴직금이 증가하게 되는데, 특히 업종 특성상 연장·야간·휴일근로가 많은 자동차산업에서는 통상임금에 따른 부담이 매우 크게 나타납니다. 더군다나 외국은 연장·야간·휴일근로간에 구분 없이 단일로 50% 할증만 적용 하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근로기준법상 각기 50%씩 중복할증 하게 되어 있어 그만큼 부담이 큰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 실제 한국지엠의 경우 2014년 3월 대법원의 판결을 수용하여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전체 인건비가 상승함에 따라 경영상 부담을 받고 있으며, 르노삼성은 2015년 7월 노사 대타협을 통해 추가 임금 부담을 덜면서 수출 모델을 추가 투입하고 국내 생산물량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 이와 같이 통상임금에 따른 부담이 자동차산업 경쟁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하여 통상임금에 대한 사법적 판단에 있어서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고려하여 주시기를 요청 드립니다.

 

   첫째, 기본급, 상여금, 제수당으로 구성된 우리나라 임금체계에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는다는 것은 지난 30년동안 노사합의와 사회적 관례, 그리고 정부지침에 따라 실체적으로 인정되어 왔습니다. 1988년 마련된 노동부 행정지침은 매달 지급하지 않는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규정하였고, 민간업계에서는 이를 당연히 지켜야하는 법적 효력으로 간주하고 임금 협상시 적용해 왔습니다. 법률만이 아니라 하위 행정지침도 어겨서는 안되는 민간경제주체 입장에서는 실질적으로 동일한 법적 효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자국 노동기준법 시행규칙에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산입하지 않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전혀 법적 쟁송대상이 되지 않고 엄중하게 준행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부지침과 사회적 관례를 바탕으로 노사간 상호 협상을 통해 노측의 임금 인상 요구수준과 사측의 임금지불능력 간의 접합점에서 총액임금 수준에 합의하고, 이를 임금체계상 기본급, 상여금 및 제수당간 적정 배분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온 것입니다. 그야말로 신의칙에 의한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회사측은 어떠한 불법이나 고의성이 없이 성실하게 임금수준과 임금체계 항목배분에 대해 노사합의에 임해왔습니다. 

 

   통상임금에 대한 개념정의를 새롭게 판결함에 있어서 그간의 임금체계와 임금총액에 대해서 하등의 귀책사유가 없는 회사 측에 상상할 수도 없었던 일방적인 불리한 부담을 주고 책임을 묻는 반면, 노조 측에는 막대한 불로소득을 덤으로 얻게 한다면 이는 사법적 정의와 형평성에도 문제가 된다고 봅니다. 스포츠 경기에서 관례나 상호 합의된 규칙에 따라 이루어진 경기에 대해 사후적으로 경기규칙을 변경하여 이미 종료된 경기 결과를 변경시키는 것과 같은 경우가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또한 현행 회사별 상여금 지급규정에 관한 부가조건은 수십년 전에 통상임금 여부 판단과는 전혀 무관하게 회사별 사정에 따른 인사기술적으로 규정된 것이므로 이러한 부가조건의 유무에 따라 통상임금 해당 여부가 결판날 수 있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사법부 판결에 따라 통상임금의 정의를 사후적으로 명료화하더라도 미래지향적인 임금체계 개편으로 해결해 나가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여겨집니다. 즉 합법적으로 당사자간 합의에 의해서 결정된 과거 및 현행 임금체계, 임금총액은 그대로 인정되어야 하고, 통상임금에 관한 새로운 판결내용은 기업의 건전한 임금지불능력을 고려한 새로운 임금체계에 대해 노사합의가 이루어질 때부터 적용되도록 해야 합니다. 임금체계 개편은 노사 간 합의가 필수이므로 합의 이전에는 새로운 적용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관련법, 시행령, 행정지침이 대법원 판결 내용과 조화되도록 사회적 합의과정을 통해 개정 및 정비가 선행되고 이후 이러한 행정 조치에 따라 노사합의로 실행해 나가는 순차적인 접근이 합리적으로 여겨집니다.

   

   둘째, 통상임금에 따른 기업의 인건비 부담 상승이 현실화될 경우 해당기업은 중대한 경영상의 위기를 맞게 될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자동차산업 전체의 국제경쟁력 위기도 더욱 가속화될 소지가 큽니다. 

 

   기아차가 통상임금 판결에 따라 약 3조원의 추가적인 인건비 부담을 질 경우 예상치 못한 경영위기를 맞게 될 것이며 현재도 버티기 힘든 과중한 인건비 부담으로 경쟁력이 뒤쳐진 상황에서 추가적인 인건비 부담은 그야말로 회사의 경쟁력에 치명타를 주게 될 것이 분명합니다. 

 

   국내 자동차생산의 37%를 차지하는 기아차의 경영위기와 국제경쟁력 위기는 1, 2, 3차 협력업체로 고스란히 전이되고, 동일 그룹인 현대차에도 위기가 동조화될 것이 분명합니다. 또한 다른 국내 완성차업체에도 인건비 상승을 유발시킬 수밖에 없고 관련된 법적 쟁송의 남발로 업계 전반적으로 경영의 불안정성도 커지기 때문에 한국자동차산업이 생태계적 위기를 피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특히 기술개발과 미래자동차 경쟁력을 위한 투자여력을 더욱 약화시켜 우리나라의 자동차 생산국으로서의 지위가 갈수록 뒤쳐질 것입니다.

 

 

4. 이러한 차원에서 그간의 통상임금 사안에 관한 실체적 진실과 우리나라 자동차산업과 기업들이 당면한 위기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통상임금에 관한 사법부의 판결이 이루어지길 간절히 요청 드립니다. 

 

   통상임금 부담이 가져올 우리나라 자동차기업과 산업 전반의 경쟁력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함께 고려하여 그동안 성실하게 노사관계법령과 정부지침을 준수해온 기업에게 마치 날벼락과 같은 추가적인 부담이 주어지지 않도록 요청드리며 미래지향적으로 생산성과 기업성과를 고려한 선진형 임금체계로의 개편을 유도하는 법적 토대를 마련하는 방향으로 판결되면 우리나라 경제·사회적으로도 매우 바람직스러울 것입니다.

  

   우리나라 제조업 생산의 13.6%, 고용의 11.8%, 총 수출의 13.4%를 담당하면서 국가 기간산업으로서 자랑스러운 자동차산업이 현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더욱 발전하여 우리나라 일자리 보존과 창출에 계속 기여할 수 있도록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을 요청드립니다.

 

 

 

2017. 8. 11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 김용근

      (회원사 :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한국지엠,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