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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 VOL. 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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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바모터쇼
미래의 생존 고민 보여준 2018 제네바모터쇼

내연기관 시대 연장으로 친환경 시장 개척

2018년 제네바모터쇼는 한 마디로 C.A.S.E.(Connected, Autonomous, Sharing, Electrification)와 내연기관의 치열한 경연장이었다. 미래를 대비하려면 현재의 내연기관 판매를 늘려 수익을 확보해야 하고, 동시에 친환경차 판매도 늘려 규제를 따라야 한다. 그래서 모터쇼 전반을 관통한 흐름은 ‘친환경의 딜레마’다. 친환경을 하자니 내연기관 판매를 늘려야 하는 고민이 수반된다. 따라서 자동차의 양극화는 점점 더 심해지는 중이다.

2018년 제네바모터쇼에서 만난 폭스바겐그룹 마티아스 뮐러 회장은 폭스바겐그룹의 미래 전략에 대해 ‘선택적 모빌리티’(Alternative Mobility) 추구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글로벌 인구의 80%가 도시로 몰려든다는 가정 하에 도심 내 이동은 개념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폭스바겐그룹은 향후 제조를 넘어 다양한 이동 서비스 제공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이동수단의 주력은 여전히 자동차라도 이동방식은 달라져야 한다는 의미다.

폭스바겐뿐만이 아니다. 르노 또한 ‘이지고’(EZ-GO) 콘셉트를 통해 프리미엄 이동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현장에서 만난 안서니 로 르노 외관디자인 부사장은 “교통 약자 또한 자율주행의 완성으로 어려움 없이 이동할 수 있다”며 “6인승 자율주행 EZ-GO는 교통 약자 뿐 아니라 최대 6명이 탑승해 공간 효율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휠체어 등이 아무런 불편함 없이 지상에서 계단까지 오르내리는 구조에 구동은 전력을 사용한다.

이외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볼보, 현대차, 포르쉐 등 주요 제조사 역시 자율주행 분야에선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점을 내세웠다. 현대차는 한국에서도 자율주행을 시연했던 넥쏘 수소전기차를 내세웠고, 미래 디자인 흐름을 보여주는 차원에서 ‘르 필 루즈’(Le Fil Rouge, HDC-1) 콘셉트를 내세웠다. 아직은 디자인 단계지만 상당한 자율주행 기술이 들어갈 예정이다. 이와 함께 포르쉐는 오랜 기간 개발을 진행한 미션E 크로스 투리스모(Cross Turismo)를 선보였다. 이 점만 놓고 보면 유행처럼 확산되는 커넥티드와 자율주행을 내세우지 않으면 흐름에 뒤쳐진 기업으로 인식되는 경향도 뚜렷했다.

그런데 이들 제품의 공통점은 구동 에너지로 전력(Electric Power)을 활용한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슈퍼카로 분류되는 람보르기니의 EV 콘셉트 테르조 밀레니오 또한 급속 충·방전과 함께 순간 출력 향상이 빠른 슈퍼캐퍼시터(super capacitor)를 적용해 성능을 향상시켰다. 실제 생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제 아무리 슈퍼카라도 배출가스를 줄이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다는 위기감을 보여준 대목이다.

하지만 빠른 전동화가 가져온 고민의 무게는 적지 않다. 여전히 수익성 낮은 미래차 분야에 쏟아야 할 투자가 만만치 않아서다. 폭스바겐그룹 뮐러 회장은 “다양한 포트폴리오로 수익을 분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토요타가 유럽에서 디젤 시장을 접겠다고 했지만 폭스바겐그룹은 오히려 디젤, 가솔린, CNG, 전동화, 수소 등 다양한 에너지원 대응이 가능하도록 동력발생장치 개발에만 향후 10년 동안 45조 원을 쏟아 부을 것”이라며 “내연기관이 빨리 사라질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폭스바겐을 비롯한 거대 자동차회사들이 빠른 전동화 흐름에 참여하는 동시에 내연기관에서 섣불리 멀어지지 못하는 이유는 그만큼 미래를 위한 투자금액이 대부분 내연기관으로 인한 수익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모터쇼를 차지하는 주력 또한 내연기관이며, 배기량 4000㏄를 넘는 고성능 슈퍼카도 즐비하다. 대외적으로는 C.A.S.E.(Connected, Autonomous, Sharing, Electrification)로 미래지향적 이미지를 형성하지만 현실에선 내연기관차를 많이 팔아야만 미래가 보장되는 구조다.

따라서 자동차의 양극화가 점차 심해질 것이란 전망도 쏟아진다. 공유사업에 활용되는 이동 수단은 전기 기반의 대중적인 자율주행이 차지하고, 이외는 전통적 개념의 내연기관 및 프리미엄 EV로 구분되는 것 말이다. 개인의 소유욕을 자극, 자동차 구매를 촉진시켰던 제조사로선 한층 무거운 도전에 놓인 셈이며, 결국 이 싸움에선 몸집과 규모가 큰 곳일수록 목표 수익에 빨리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 미래에 자동차회사가 5~6곳만 남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또 하나는 융합의 개념이 이동 수단에서 공간으로도 확산됐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스위스 콘셉트카 회사인 린스피드는 차체와 구동 부문을 떼어낼 수 있는 자동차를 선보였다. 원하는 목적지로 이동 후 탑승 공간을 분리하면 사무 및 주거 공간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에너지 흐름을 누가 예측하느냐가 중요해

친환경차 등장 외에 내연기관 신차도 즐비했다. BMW는 2세대 X4를 스포츠 액티비티 쿠페(SAC)로 소개하면서 ‘경량화’를 강조했다. 공기저항 또한 0.30cd까지 낮췄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메르세데스-벤츠도 C-클래스 부분변경과 AMG GT 쿠페, 마이바흐 클래스 부분변경을 출품했다. 마이바흐 부분변경은 내외장의 투톤 마감과 부품 일부를 개선해 고급스러움을 강조했고, 포르쉐는 신형 ‘911 GT3 RS’를 앞세웠다.

그리고 페라리는 ‘488 피스타’, 맥라렌은 한정판 슈퍼카 ‘세나’로 주목을 끌었다. 랜드로버는 ‘레인지로버 SV 쿠페’, 볼보차는 고성능 ‘폴스타 1’을 선보였다. 90 클러스터, XC60에 먼저 활용한 SPA 플랫폼을 기반으로 외관은 2013년 선보인 쿠페 콘셉트의 기조를 따랐다. 4기통 2.0L 엔진을 결합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로 합산 최고 600마력이며, 0→100㎞/h 가속엔 5.2초가 걸린다. 배터리 전력으로만 최장 150㎞를 달릴 수 있다. 구동계는 4WD다. 뒷바퀴는 토크 벡터링을 지원하는 2개의 전기모터로 구동, 정교한 핸들링 성능을 확보했다. 차체는 탄소섬유를 대거 활용해 경량화했으며, 비틀림강성은 45% 향상됐다.

기아차도 6년 만에 완전 변경을 거친 유럽 전략 차종 ‘씨드’를 선보였다. 기아차 유럽디자인센터가 제작해 슬로바키아 공장에서 생산하는 전형적인 내연기관 자동차다. i30과 플랫폼을 공유하며, 3세대 파워트레인 ‘스마트스트림’을 탑재했다. 1.4L T-GDi와 7단 DCT를 조합해 최고 140마력을 발휘한다. 이와 함께 ‘리오(국내명 프라이드) GT 라인’도 공개했다. 리오의 고성능 버전으로 3기통 1.0L T-GDi 엔진과 6단 수동변속기를 결합해 최고 118마력을 낸다. 쌍용이 세계 최초 공개한 콘셉트카 e-SIV는 2013년 선보인 SIV-1, 2016년 SIV-2의 디자인 DNA를 잇는다. 실내공간은 커넥티드카 서비스, 자율주행기술 등 첨단 기술을 뒷받침하는 미래 분위기로 꾸몄다.

이러한 측면에서 2018 제네바모터쇼는 자동차회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분명하게 보여준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주력 에너지 흐름을 누가 정확히 예측하느냐에 따라 운명이 엇갈릴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다양성’, ‘규모와 공유’ 등은 이미 모터쇼에서 흔한 단어가 됐다. 결국은 오랜 기간 소유 측면에서 접근했던 기존 자동차회사의 방식이 이용 가치로 돌아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시에 다른 한 쪽에선 여전히 소유욕을 자극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 프리미엄 시장을 형성한다. 그것이 내연기관이든 전기모터든 말이다.

권용주
<오토타임즈>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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