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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 VOL. 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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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의 움직임
GM의 해외 시장 구조조정 동향

미래 산업에 투자 비중 높이는 GM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가 한국GM의 군산공장을 오는 5월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한국 상황에서 보면 충격적인 결정이지만 GM 본사 입장에서는 거시적인 경영전략 변화의 일환이다.

메리 바라 GM 회장은 2014년 취임 이후 미래 자동차산업에 과감한 투자를 결정했다. 미국 자율주행 전문업체인 크루즈오토메이션을 인수하고, 자율주행차량 필수 기술인 ‘라이다’(LIDAR)를 만드는 스트로브의 경영권도 확보했다. 차량 공유 서비스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카 헤일링(차량공유) 기업 리프트에 5억 달러(약 5400억 원)를 투자했고, 차량공유 서비스 기업인 메이븐을 자체적으로 설립했다. 2019년부터 미국 주요 도시에서 자율주행택시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하고, 2026년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를 연간 100만대 판매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이렇게 경쟁사 대비 선제적으로 미래차에 투자한 GM은 신기술 측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미국 기술연구기관 네비건트리서치가 자율주행차 경쟁력을 조사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GM은 미국 포드자동차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토요타와 혼다 등 일본 자동차 제조사는 물론 메르세데스-벤츠(3위), 폭스바겐(4위) 등 독일 자동차 제조사보다 순위가 높다.

문제는 GM이 지나치게 급진적으로 미래 자동차 기술에 투자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래차는 향후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당장 수익이 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완성되지 않은 기술이기 때문에 막대한 ‘실탄’이 필요하다. 아직까지 실탄은 미래차보다는 내연기관 자동차를 판매할 때 발생한다. 최근 GM의 구조조정은 이런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5년 동안 GM은 총 7개 국가나 지역에서 철수나 매각을 결정했다. 가장 첫 번째 타깃은 유럽 시장이었다. GM은 유럽 시장에서 유럽 현지 제조사에 밀리는 상황이었다. 고급 세단 시장에서는 BMW·메르세데스-벤츠 등 독일차를 넘어서지 못했다. 또 대규모 양산차 시장에서는 폭스바겐·르노닛산미쓰시비얼라이언스·푸조시트로엥그룹과 경쟁에서 실패했다. 결국 2013년 12월 GM은 유럽에서 쉐보레 브랜드를 철수하고 판매망을 포기한다. 이로 인해 당시 유럽 17개국에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었던 한국GM도 상당한 타격을 입는다.

한 번 구조조정을 시작하자 이후 행보는 거침없었다. 불과 5일 후에는 호주 엘리자베스공장을 폐쇄한다. 무려 69년 동안 운영하던 호주 홀덴공장을 폐쇄한 것이다. 현재 GM은 호주 시장에서 자동차를 판매만 하고 제조는 하지 않고 있다.

다음 타깃은 아시아였다. 2015년 2월에는 불과 하루 차이로 인도네시아공장과 태국공장을 연달아 폐쇄한다. 인도네시아는 공장이 가동된 지 불과 2년 만이었다.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이 2009년 생산·품질부문 부사장을 맡았던 태국공장도 마찬가지 운명이었다. 한 달 후에는 러시아 피터스부르크 공장에서도 자동차 생산 중단 결정을 내린다. 이후 콜벳 등 극소수 차량을 러시아에서 생산하긴 하지만, 사실상 쉐보레 브랜드 철수를 결정했다.

지난해에는 오펠 브랜드와 오펠의 자회사 복스홀자동차를 유럽 푸조시트로엥그룹에 매각하는 조치를 단행한다. 2013년 쉐보레 브랜드 철수에 이어 유럽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한 것이다.

인도에서 2개의 공장을 보유하고 있던 GM은 이중 1개(인도 구자라트주 소재 하롤공장)도 문을 닫았다. 카허 카젬 사장이 GM 인도법인에서 근무하면서 이 역할을 했다. 인도 마하라슈트라주 탈레가온공장은 유지하면서 이 공장을 수출용 차량 생산 기지로 바꿨다. 내수 시장은 포기하되, 인건비가 저렴한 인도에서 생산만 한다는 전략이었다. 물론 탈레가온공장의 수출용 자동차 생산 대수를 2배 가까이 증산(13만 대→22만 대)하긴 했지만, 수 년 이내에 세계 3대 자동차 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인도 시장을 포기한 건 충격적인 결정이었다.

메리 바라 회장은 인도 내수 시장 철수를 결정한 같은 날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쉐보레 브랜드를 철수시켰다. 일본 이스즈와 합작으로 운영해 오던 상용차 사업의 지분 전량을 합작사 이스즈에 매각한 것이다. 현재 남아프리카공화국 공장은 이스즈의 납품공장으로 바뀌었다.

생존 위해서는 오직 수익성 끌어올려야

이와 같은 GM의 글로벌 사업장 구조조정에도 전체 생산대수는 오히려 증가했다. 실제로 지난해 GM 글로벌 사업장의 연간 총생산대수는 986만 대로 5년 전(956만 대)보다 늘었다. 중국 상하이자동차와 합작해 운영하는 상하이GM은 지난해 중국에서 전년대비 3.2% 증가한 404만 대를 판매했다. 358만 대를 판매한 미국 시장의 경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크로스오버차량(CUV)·픽업트럭 판매량이 증가했다. 이밖에 멕시코나 영국처럼 생산성이 높은 국가에서도 생산대수를 늘렸다.

이와 같은 글로벌 시장 구조조정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면 GM이 추구하는 구조조정의 방향은 다소 명확하다. 수익성이 낮은 공장은 가차없이 폐쇄하고, 이 물량을 수익성이 높은 공장에게 몰아주겠다는 것이다. 또 이와 같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부산물로 얻어지는 수익은 미래차 기술 확보에 투자한다는 것이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군산공장 폐쇄를 결정한 한국GM의 향후 행보도 가늠할 수 있다. 결국 관건은 수익성이다. 한국GM이 향후 수익성을 개선한다면 부평·창원 공장에 더 많은 물량을 배정하겠지만, 반대로 수익성 개선에 실패한다면 추가 구조조정이나 공장폐쇄가 뒤따를 수 있다. 한국GM 입장에서는 오직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방법이 메리 바라 회장의 구조조정 칼끝을 피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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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철
중앙일보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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