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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 VOL. 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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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업계동향
한국GM 협상타결 이후 과제와 전망

3개월간 잠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던 한국GM 문제가 산업은행과 GM간 FA(기본계약서) 체결로 일단락되었다. 글로벌 GM이 GME, GMIO를 차례로 접는 상황에서 한국 철수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막기위해 정부와 기관, 협력업체 등 많은 분들의 노력과 자원들이 총동원된 협상이었다. 결론적으로 1대 주주인 GM이 64억달러,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이 7억5,000만달러로 총 71억5,000만달러의 자금을 지원해 군산을 제외한 나머지 생산공장을 살리기로 합의했다. 물론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목소리, 투입되는 자금이 올드 머니(Old money)냐 뉴 머니(New money)냐에 대한 논란, 자본이냐 부채냐의 문제로 여전히 이번 협상에 대한 불만이 남아있다. 고용을 너무 우선시 한 나머지 GM에게 끌려다닌 굴욕적인 협상이었다는 여론도 없지 않다. 또 투입될 신차가 무엇이냐에 따라 또 다시 어려워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친환경차 배정을 받지 못하면 앞으로 또 무시당하는 공장이 되는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이 지면에서 많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나 답을 제시할 순 없다.

이번 협상결과, 13만 명에 달하는 전후방 연관산업 종사자들이 다시 한번 생존의 기회를 갖게 되었다. 물론 다른 산업에서 볼 때 자동차산업의 차별적 지원에 불편한 시각을 갖는 것도 이해가 간다. 지난 유로존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겪는 과정에서도 그런 혜택을 받지 못하는 대부분 산업에서 자동차와의 차별에 대한 불만을 제기한 적이 있다. 그것과 동일한 상황으로 이해할 수 있다. 자동차산업에 대한 각국의 적극적 지원 이유는 바로 엄청난 전후방 연관산업의 존재와 거기서 창출되는 고용유발 효과 때문이다. 완성차가 만들어내는 고용을 비롯해 전후방 연관산업까지 포함한 고용유발효과는 실로 엄청나다. 물론 한국GM에 부품을 납품하는 공급자(Supplier)들은 글로벌 GM에 있어서도 없어서는 안될 존재들이며, 현대·기아를 포함한 한국 자동차 생태계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는 존재들이 아닐 수 없다. 만일 GM이 한국철수라는 극단적 경착륙(Hard Landing) 방법을 선택했다면 자동차 부품사들을 비롯한 대한민국 제조업은 큰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군산공장 폐쇄와 다운사이징이라는 연착륙(Soft Landing)도 아픈 결정이지만 큰 그림에서는 한국 자동차산업이 미래를 대비할 시간을 확보했다는 측면에서 다행이 아닐 수 없다.

한국GM의 국가별 판매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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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이번 협상으로 확실히 얻은 것은, 7조에 달하는 천문학적 금액이 한국GM에 투입된다는 점이다. 통상 현대차가 해외에 30만 대 규모의 신공장을 짓는데 투입되는 금액이 1조~1조5,000억 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적게는 5개에서 많게는 7개까지의 공장을 지을 수 있는 큰 돈이다. 또한 한국GM이 현재 최대 91만 대 생산규모에서 50만 대 규모로 축소된다면, 고정비가 줄어 생존하기에는 충분한 돈이라 생각된다. 먼저 이자발생 부채를 자본으로 전환하거나 상환하면서 이론상 ‘클린 컴퍼니’(Clean Company)로 다시 시작할 수 있으며, 일시적 자금난과 운영난에 빠진 협력사에 대한 지원금도 마련될 수 있다. 향후 추가로 일으킬 대출에 대해서는 현재 5%대의 이자율은 3%대로 부담이 크게 경감되어 차후도 대비할 수 있다. 군산공장의 철수와 명예퇴직 등 다운사이징에 수반되는 비용도 모두 마련된다.

결국 한국GM은 이번 협상을 통해 50만 대 생산규모의 작지만, 재무적으로 깨끗한 회사로 다시 출발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이후 산업은행이 투자한 7억5,000만달러는 생산설비에 투입되며 신차의 생산을 돕게 된다.

진짜 문제는 물리적 회생 뿐 아니라 화학적 성장까지 가능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번 협상에서 자주 비교되던 르노삼성이 이런 선례를 만든 바 있다. 14년 르노삼성은 성공적 구조조정 이후 닛산 로그의 생산 투입을 결정하며 가동률 개선과 이익의 턴어라운드를 이뤄냈다. 50%대에 머물던 가동률은 90%를 상회했으며, 원가율도 80%까지 하락해 수익 창출의 기반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르노삼성뿐 아니라 만성적자에 시달리던 쌍용차도 티볼리의 볼륨효과가 나타나며 가동률이 높아졌고, 이후 EBITDA( Earnings Before Interest , Taxes , Depreciation and Amortization:기업이 영업 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 창출 능력)가 지속적인 플러스(+)를 유지할 수 있었다. 두 회사 모두 훌륭한 제품, 특히 SUV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었음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한국GM의 매출액과 영업이익률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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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은 이번 계기로 지속적 이익을 낼 수 있는 상태로 체질을 바꿔야 한다. 먼저 경쟁력 있는 신차의 투입과 판로 확보가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GM의 ‘세단형 승용’을 구매해주던 쉐보레 유럽이 먼저 철수했고, 이후 오펠(Opel), 복스홀(Vauxhall) 매각으로 한국GM의 가동률이 하락하고 판매에 문제가 생겼다. 유럽시장이 막힌 현시점이기에 더더욱 SUV나 CUV로의 프로덕트 믹스 변화가 시급하다. 주로 미국시장이 중심이 되겠지만, 다른 판로를 개척해 50만 대의 생산을 소비할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제품의 경쟁력은 트랙스 후속과 글로벌 CUV의 투입을 통해 외부 의존없이 자체적인 수익창출 능력을 가져야한다. 자금투입과 동시에 빠르게 정상화되지 못하면 다시 돈만 잡아먹고 말 ‘캐시버너’(Cash burner)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 만일 회생에 성공한다 해도 친환경차, 자율주행차로 대변되는 미래변화에 능동적 대처를 못한다면 다시 시한부 생존이 될 수 밖에 없다. 그 기간이 5년~10년 사이다. 만일 국민의 피같은 세금이 이 기간의 생존자금만으로 소진된다면 이는 용서받을 수 없는 과오와 죄를 짓게 되는 것이다.

한국GM의 가동률과 영업이익률의 상관성

03

이번 협상의 결과로 부품사도 기사회생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자금투입이 절대 계속된 안녕을 담보해줄 순 없다. 경착륙은 피했지만, 연착륙에 성공하려면 부품사 역시 전통적인(Conventional) 부품 위주, 한국GM 위주의 한계를 이번 기회에 극복해야 한다. 주어진 시간에 납품처를 다변화하고 새로운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 동시에 한국GM의 사이즈에 걸맞는 체격으로 몸집을 재조정해야 한다. 즉, 고정비 부담을 줄여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더 혹독한 환경에서 살아남도록 몸집을 줄이지 않으면, 또 한번의 충격이 왔을 때 견딜 수가 없다. 그래서 이번 협상을 통해 한국 자동차산업은 생존의 기간연장과 체질개선의 기회로 인식해야지, 지금껏 하던 방식으로의 회귀로 안도하며 생각하면 안되는 것이다.

절대 한국GM 회생을 위해 숱한 욕을 들어가며 협상에 응했던 많은 분들의 수고와 땀이 헛되어서는 안된다. 한국 자동차는 국민에게 많은 빚을 진 채 다시 운전대를 잡았기 때문이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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