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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 VOL. 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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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마케팅
이제는 라이프스타일 마케팅 시대

직접 말하지 않는 그들만의 커뮤니케이션

자동차를 탈 것으로 규정하던 시대는 이젠 끝난 것일까? 그 차의 성격과 캐릭터, 타는 사람들의 취향까지. 열 마디 설명보다 보이지 않는 체험을 공유하기 위해 브랜드의 움직임이 바뀌고 있다.

해외 출장이 잦은 이에게 이스탄불 공항 터키항공의 비즈니스 라운지는 최고의 거점으로 손꼽힌다. 다른 항공사 라운지의 몇 배에 이르는 규모나 다채로운 식음료 서비스 뿐 아니라, 입구에 들어서면 보이는 근사한 서고 덕이다. 독일의 예술 출판 전문 출판사 타센(Taschen)의 사진집과 같이 문화예술에 그리 조예가 깊지 않더라도 눈이 크게 떠질만 한 좋은 책들이 벽면을 두르고 있다. 이를테면 자동차, 바이크 마니아로 익히 알려졌던 배우 스티브 맥퀸의 일대기를 그린 사진집 같은 것이다. 흔한 비행기 모형이나 호텔리어들의 모습 같은 것이 아니라, 진귀한 책들의 조합이 그들이 할 얘기를 대신한다. 자신들은 안전한 여정을 책임지는 이들일 뿐 아니라, 이러한 고급 취향을 가진 고객을 모시는 브랜드라는 너른 의미를 전하는 것이다.

요즘 자동차 브랜드들도 마찬가지다. 최근 가장 크게 드러나는 활동은 라이프스타일 체험. 말 그대로 메이커가 원하는 한 명의 고객을 떠올리고 이들이 즐길 법한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언젠가 그들만의 문화가 되길 바라면서 다방면으로 꾸리고 있는 것이다.

체험형 프로그램으로 친숙함을 더하는 브랜드

최근 SUV 인기를 반영하는 레저형 프로그램이 주를 이룬다. 쉐보레는 올 여름부터 일반 고객 100명과 쉐보레 보유 고객 100명, 총 200명을 홍보대사(Ambassador)로 선정해 전 모델 시승과 라이프스타일 체험 행사를 지원해왔다. 8월에는 이쿼녹스 시승을 시작으로 강원도 양양군 서피비치에서 시승과 전문 서퍼로부터 강습을 받을 수 있는 서핑데이 이벤트를 열었다.

쌍용자동차는 ‘오토캠핑’을 테마로 잡고 참가 고객의 성향에 따라 그린과 레드로 구분해 행사를 진행한다. 가족 고객 대상으로 키즈풀(Kids Pool)이나 어린이 시네마로 구성한 자녀 케어 프로그램이 특화된 그린 콘셉트와 친구와 연인들과 동행할 고객 대상으로는 클럽 디제잉쇼, 바(Bar)로 즐길 거리를 넣은 레드 콘셉트를 마련했다. 말 그대로 특정 나이나 성별로 구분하지 않고 라이프스타일로 접근한 방식이다.

르노삼성은 지난 봄, 클리오 출시에 맞춰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팝업 스토어 ‘아뜰리에 르노 서울’을 열고 누구나 오갈 수 있는 카페이자 체험 공간을 제공했다. 딱히 차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프랑스 브랜드라는 점과 젊음·새로운 감각을 가진 소형차라는 것을 클리오의 매력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앞서 같은 길목에 열었던 QM3의 팝업 스토어 ‘아틀리에 비비드 라이프’는 시승부터 요리 강습 교실까지 라이프스타일에 충실한 프로그램으로 구성해 방문객 1만 명을 돌파하는 등, 자동차 전시장에 대한 선입견을 바꾸는 데 한 몫 했다고 평가받는다.

라이프스타일 케어 브랜드로 변신 중인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는 스스로를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정의하고 고객의 삶을 전반적으로 케어한다는 방향으로 홍보해왔다.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팀을 별도로 분리해 전반적인 홍보 및 마케팅 활동에서 제네시스 만의 ‘톤 앤 매너’를 관리 중이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을 제작 지원했던 것은 대표적인 예. 또한 국내 브랜드의 이점을 살려 ‘커넥티비티’를 연결한 전반적인 토탈 케어 서비스를 강조하고 있다. 더불어 미래의 오너가 될 2030세대를 노리고 부산국제영화제 스폰서로도 활동하고 있는 등 조용하고 빠른 그들만의 대응법이다.

아우디는 세계적인 재즈 레이블 블루노트와의 협업으로 ‘아우디 라운지 by 블루노트’ 공연을 열고 기념 LP를 제공한다. 동시에 젊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전달할 ‘아우디 라이브’를 통해 자미로 콰이, 레니 크래비츠, 퍼렐 윌리암스 등 웬만한 대기업도 섭외하기 힘든 소위 월드 클래스 뮤지션들을 초청해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다.

캐딜락은 미국 뉴욕에 자리한 복합 문화 공간 ‘캐딜락 하우스’부터 변화를 시작했다. 그들의 마케팅 본부를 사무실 아래 1층을 미국에서 가장 트렌디한 창작 그룹이라 할 수 있는 비저네어(visionaire)에게 공간을 채울 기획 전반을 과감하게 맡겼던 것. 세계적인 아티스트의 전시와 뉴욕 패션위크의 파티 공간, 호젓한 카페로도 상시 문을 연다. 이 아이디어는 한국에도 전달되어 얼마 전 서울 도산대로에 ‘캐딜락 하우스 서울’을 여는 배경이 되었다.

라이프스타일과 문화 마케팅, 그 모호한 경계는

2000년대 초중반부터 국내 자동차업계에서도 ‘문화 마케팅’이라는 말을 썼다. 당시는 VIP 대상으로 음악회 티켓을 발행하거나 호텔 숙박권을 증정하는 식의 일방적인 소통이었다면 2010년대에 들어서는 ‘교류’에 의미를 두고 변해왔다. 이런 방법은 여전히 홍보인지 브랜딩인지 보는 방향에 따라 달리 보인다. 그런데 지금 말하려는 자동차업계의 변화 포인트가 바로 그 지점에 있다.

각 회사가 라이프스타일 마케팅 활동 배경에 그럴듯한 이유를 밝히곤 하지만 속에 숨은 진짜 원인은 별반 다르지 않다. 첫째, 오늘날 많은 전문가들이 짚어내고 있듯이 자동차 메이커 간 기술력의 차이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차의 마력이나 엔진 같은 ‘스펙’만으로는 구분이 점점 어렵다. 두 번째, 새로운 세대를 고객으로 맞이하면서 자동차 자체에 대한 호감과 이용률이 떨어지고 있다는 자동차 메이커의 공감대도 쌓여왔다는 점이다. 2010년대 초부터 눈에 띄게 늘어났던 미국, 유럽 자동차의 젊은 운전자 감소 경향과 함께 토요타와 GM, 포드의 임원들이 청소년 대상의 캠페인을 마련하고 ‘자동차의 재미’를 주제로 강연을 해왔다는 것은 공공연한 얘기거리였다.

라이프스타일이란 말에 대한 해석도 변화해왔다. 한때는 ‘스타일’에 초점을 맞춘 결과물들이 패션이나 리빙 분야에서만 주로 다뤄져야 할 것으로 여겨졌다. 지금은 자동차라는 카테고리 안에 들어와 소비자를 향한 홍보나 마케팅 방법의 하나로 표류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한 가지 명확한 것은 자율주행자동차 시대를 앞두고 차 역시 하나의 체험공간으로서 더 빠르게 변화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자동차 세상에서 새로운 문화는 바로 운전자 좌석을 돌려놓은 한 평 남짓한 자리 안에서 일어날 일이 아닐까. 움직이는 차 안에서 우리는 무엇을 주고받을지, 무척 기대가 되는 요즘이다.

김미한
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FAJA(Freelancer Automotive Journalist Association)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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