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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 04 VOL. 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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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2016 제네바 모터쇼
시대의 대세, 전동화(Electrification)

제네바모터쇼는 전통적으로, 기술적인 면을 선보이기보다는 실제 시장에서 바로 판매될 모델들의 경연장 역할을 해왔다. 개성 만점의 튜닝카들이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도 한 특징이다. 2016 제네바모터쇼 역시 그런 큰 흐름에는 변화가 없었다. 120여종에 달하는 신차들의 향연 속에서, 남유럽에서 인기 높은 수퍼카와 컨버터블, 그리고 왜건 등이 다양한 모습으로 관람객들의 발길을 이끌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 변화도 엿보였다. 커넥티비티와 전동화, 자율주행차가 그것이다. 2007년부터 이산화탄소 문제가 대두되면서 내연기관 엔진의 발전이 가속화됐고, 2009년부터는 전동화의 흐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전동화는 미국시장의 힘에 의해 부상한 측면이 있지만, 사실 지난 7년간 획기적인 발전은 없었다. 그나마 프랑스가 가장 적극적이고, 중국이 보조금까지 동원해 판매를 끌어올리려 하고 있다. 2015년 중국시장의 신에너지차(BEV, PHEV)의 판매대수는 2014년보다 340% 증가한 33만 1,092대지만, 전 세계 연간 자동차 판매 9,000만대 수준에는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그 분위기를 바꾼 것이 폭스바겐 디젤게이트다. 이 사건은 자동차 기술발전의 방향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이를 입증하듯 2016 디트로이트쇼와 CES, 그리고 제네바모터쇼에서 대부분의 자동차회사들은 망설임없이 커넥티비티와 자율주행차, 그리고 전동화를 화두로 내세웠다. 이로써 인간의 의지로 달리는 즐거움을 제공했던 자동차 역시 디지털화를 피할 수 없는 운명에 처하게 되었다.

이럴 때 궁금해지는 것이 인간의 본능에 호소하는, 감성을 전면에 내세우며 입지를 구축해 온 자동차회사들의 미래다. 달리는 즐거움을 모터로 하는 BMW, Everyday Sport를 강조하는 아우디, 도로 위를 군림한다는 메르세데스벤츠, 아름다운 속도를 주장하는 재규어, 쾌적성과 정숙성을 무기로 하는 렉서스, 그리고 속도를 DNA로 하는 포르쉐 등이 앞으로 어떤 표어를 내세워 소비자들의 감성을 잡을까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2016 제네바모터쇼는 여전히 인간은 감성(Emotion)에 호소하는 제품에 끌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프레스 컨퍼런스 현장에서는 이 차가 얼마나 연비가 좋고, CO2 배출량이 적은지에 대한 내용보다, 출력이 얼마나 높은지, 운전이 얼마나 즐거운지에 대한 내용들로 넘쳐났다. 분위기도 작년의 모습과 많이 달랐다.

지난해의 제네바모터쇼는 소형 SUV들의 잔치였다. 실용성을 강조한, 팔릴 만한 자동차로 침체된 수요를 늘려보고자 애를 썼다. 반면, 이번 제네바 모터쇼는 달라진 유럽 자동차 시장의 분위기를 반영하듯 다양한 고성능 자동차들이 넘쳐났다. 이러한 트렌드를 리드한 것은 역시나 독일 고급 브랜드, 벤츠와 BMW, 아우디였다.

제네바모터쇼에서 전통적으로 고성능 모델이 많이 공개되는 것은 유럽을 근거지로 하고 있는 많은 튜너들의 영향이 크다. 거기다 특별한 자동차 메이커가 없는 스위스라는 국가에서 열리는 것도 업체들에게 자동차 본연의 성격을 살리고자 하는, 말 그대로 ‘쇼’의 모습에 충실하게 하는 측면이 있다.

물론 산업적인 측면에서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글로벌플레이어들은 전동화와 커넥티비티, 자율주행차 등 시대적인 변화의 요구를 적극 수용하면서 그들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전동화의 선구자는 역시 토요타다. 1997년 시판형 하이브리드 전기차 프리우스가 나올 때만 해도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그럼에도 꾸준히 전동화는 진행됐다. 2010년 말 닛산이 배터리 전기차 리프를, 2011년 말에는 쉐보레가 항속거리 연장형 볼트(Volt) EREV를 내놓았다. 이어 르노가 다양한 배터리 전기차를 선보였다. 기대와는 달리 시장은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BMW가 i3와 i8을 놓으면서 기대감은 점점 더 높아졌다.

그 과정에서 자동차회사들은 전기차(Electric Car)부서를 전동화차(Electrification Vehicle) 부서로 바꾸면서 좀 더 큰 차원의 대응을 펼치기 시작했다. 이것은 더욱 강화되어 가는 각국의 배기가스와 연비 규제에 대응하는 차원이 더 컸다.

2015 프랑크푸르트쇼와 2016 디트로이트쇼, 2016 제네바쇼는 자동차회사들이 전동화를 더 이상 거역할 수 없는 시대의 트렌드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증명해주었다. 아직도 여전히 내연기관차의 판매에서 수익을 내려 애를 쓰고 있지만, 적어도 외형상으로는 1년 전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었다.

그 한 예로, 2016제네바모터쇼에서 토요타는 그들의 럭셔리 브랜드 렉서스를 통해 하이브리드전기차의 전략 상황을 개략적으로 설명했다. 렉서스 브랜드 내 하이브리드 전기차의 누계 판매대수는 2015년 11월말부로 100만대를 돌파했다. 유럽시장에서는 2015년 전체 프리미엄 하이브리드전기차 판매 중 렉서스 브랜드가 50%를 차지했다. 렉서스 브랜드 내 HEV 모델은 64%에 달한다.

토요타는 그동안 하이브리드에 올인해왔다. 많은 변화가 있었고 문제점도 지적 받았으나, 그들은 뜻을 굽히지 않고 한결 같은 자세로 하이브리드 전기차에 많은 역량을 쏟아왔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지위에 오른 렉서스를 통해 토요타는 하이브리드 전문업체로서의 이미지를 더욱 공고히 하고, 그를 통해 그룹 전체의 존재감을 강화하고 있다.

자율주행차의 흐름에 대한 현대자동차의 대응도 주목을 끌었다. 지금까지 해외 모터쇼에서의 현대기아차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현대기아차는 언제나 판매 급증 관련 데이터를 들고 나와 현지 생산을 내세우며 지역사회의 일원이라는 점을 강조해 왔었다.

물론 그 데이터는 놀라운 것이었다. 사실, 탐욕의 대명사인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투자은행들이 21세기 초에 ‘살아남을 메이커 10개니 6개니’ 할 때만 해도, 현대기아차는 그 리스트에 없었다. 그런데 미국시장에서의 존재감, 중국시장의 급팽창으로 현대기아차그룹은 지금 세계 5위 메이커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부시의 이라크 침공으로 석유가격이 고공행진을 한 것도 크게 기여했다. 그 과정에서 나온 데이터는 언제나 ‘사상 최고’의 증가율에 ‘사상 최대’의 판매량이었다.

그렇게 연간 800만대 규모까지 올랐지만, 2014년 800만대를 넘어선 이래 증가세가 주춤하고 있다. 내실을 다져 급성장하는 사세를 지속 가능한 체제로 바꾸기 위해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할 시점에, 현대차는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한 실천전략의 첫 번째 작품으로 ‘이동의 자유로움’(Mobility Freedom)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모빌리티 프리덤은 커넥티비티와 전동화, 그리고 자율주행차 등으로 대표되는 시대의 화두를 몽땅 아우르는 표현이다. 이와 같은 의미로 폭스바겐은 ‘디지털화’, 닛산은 ‘인텔리전트 드라이브’, 포드는 ‘스마트 모빌리티’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 모두가 커넥티드 기술을 통해 운전자의 편의성을 높이는데 그 목적이 있다. 표현은 다르지만, 자동차를 거대한 단말기로 만들어 사물 인터넷 시대의 탈 것으로 탈바꿈 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미래의 연료는 무엇일까?, Emission Free, Guilt Free, 자동차의 개념이 바뀔까?, 자동차가 내 건강을 챙겨줄까? 커넥티비티의 한계는? 도로 위의 자동차 안에서 가장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야 한다.’ 는 등의 문구를 보여주며, 자동차의 변화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현대차가 모터쇼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이런 철학적(?) 질문을 던지며 시작한 것은 기자의 기억으로는 처음이다. 때마침 열린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어떤 형태로든 딥러닝을 바탕으로 한 인공지능의 세상이 올 것이며 이는 피할 수 없는 대세라는 것이다. 그것은 자동차 역시 예외가 아님을 제네바모터쇼는 보여주었다.

채영석
글로벌모터뉴스 국장
모터쇼와 브랜드

제네바모터쇼

모터쇼와 브랜드

중국 자동차의 브랜드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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