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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 04 VOL. 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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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중국 자동차 시장의 이해
그들만의 거대한 리그

중국은 세계 1위의 자동차 시장이면서 유일하게 연간 판매가 2,000만대를 넘는 나라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세계 1위의 자동차 시장 자리를 놓칠 일이 없다. 그리고 ‘합작차’ 같은 중국만의 자동차도 있다. 합작차는 다른 나라에는 없는 유형의 자동차인데 중국에서는 점유율이 가장 높다.

모든 국가는 국산차와 수입차 두 가지 타입의 자동차만 있다. 자체 생산 시설이 없는 나라는 전부 수입차이다. 반면 중국에는 3가지 타입의 자동차가 있다. 합작차와 중국 브랜드의 차, 그리고 수입차이다. 합작차는 중국만의 특징이다. 중국에 차를 수출해 팔 수는 있지만 많은 판매를 기대하긴 힘들다. 관세가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회사들이 중국에 진출해 자동차를 생산한다. 중국에 가면 거의 모든 브랜드의 차를 볼 수 있고, 대부분이 중국산이다.

중국 자동차 업계는 합작차가 주도한다. 거대 중국 회사와 외국의 회사가 결합해 자동차를 생산하기 때문에 힘이 세다. 물론 중국 브랜드의 차보다 품질 자체가 좋다는 이유가 가장 크다. 합작차는 브랜드 밸류부터 안팎 디자인, 주행 성능, 내구성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에서 우위에 있다.

합작차는 말 그대로 합작해서 생산하는 자동차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중국 회사와 외국 회사가 거의 동일한 지분을 갖고 자동차를 생산한다. 여기에는 규정이 있다. 외국 회사가 보유할 수 있는 지분이 50%를 넘지 못한다. 이 지분 비율을 조정한다는 논의가 있긴 하지만 일단은 그렇다. 이 같은 규정이 자동차에만 국한되진 않는다. 농심도 중국에서는 신라면을 합작 생산한다.

이런 중국 특유의 합작은 기술 확보를 위해서이다. 그러니까 시장을 내주고 앞선 기술을 얻는다는 전략이다. 외국 회사 입장에서는 기술을 이전하는 대신 거대한 시장에 진출한다는 이점이 있다. 지금까지는 윈-윈 전략이고,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고 할 수 있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중국의 자동차 시장은 폭발했다.

2000년대 초부터 조짐을 보였지만 중반 이후부터 유례없는 성장세를 보여 왔다. 2009년에 미국을 추월해 세계 1위의 자동차 시장이 됐다. 중고차를 포함한다면 아직까지는 미국의 볼륨이 더 크긴 하다. 2014년 기준으로 중고차를 포함한 미국의 자동차 볼륨(5,350만대)은 중국(2,570만대)의 두 배에 달한다. 신차의 총 매출액도 미국이 중국보다 40% 가까이 높다.

2008~2010년은 세계적으로 힘든 시기였다. 리먼 사태가 터지면서 세계 자동차업계의 양축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과 유럽 시장의 판매가 큰 타격을 받았다. 이때 버텨준 것이 중국이다. 이 시기 중국 시장이 폭발했다. 중국은 안 그래도 중요한데, 더욱 조명을 받았다. 그리고 지금은 대부분 자동차 회사들의 최대 시장이 중국이 됐다.

중국은 2013년에 사상 처음으로 신차 판매가 2,000만대, 작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승용차 판매만 2,000만대를 넘었다. 중국은 SUV 판매만 600만대가 넘게 팔리는 나라다. 작년에 624만대(+49.65%) 이상의 SUV가 팔렸고, 이는 세계 3위에 해당되는 볼륨이다. 그만큼 신차 볼륨이 압도적이다.

중국 시장은 합작차가 계속 강세를 보여 왔다. 대표적인 예가 SAIC GM, SAIC 폭스바겐이다. SAIC는 GM, 폭스바겐이라는 거대 회사와 합작하고 있으며, 가장 경제가 발전한 상하이를 기반으로 한다. 영향력이 강하다.

실제로 SAIC 폭스바겐이 작년 판매 1위이고, 상위 3개 회사가 폭스바겐, GM과 합작한다. 참고로 CAAM(China Association of Automobile Manufacturers)의 집계에 따르면 2015년 중국의 자동차 생산 대수는 2,450만대, 판매는 2,460만대였다. 2014년 대비 각각 3.25%, 4.68%가 상승한 것이다. 역대 가장 높은 판매 대수이다.

중국 신차 시장은 합작사가 주도한다. 합작사의 품질이 좋기도 하지만 합작하는 중국 회사의 상당수가 국가 또는 성 소유인 이유도 있다. FAW나 BAIC가 대표적인 예이고 빅5에 속하는 창안 자동차도 성이 소유한다.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중국 회사 JAC, 체리도 성 또는 시 소유이다.

JAC는 안후이성, 체리는 안후이성 우후 시가 소유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힘이 강할 수밖에 없고, 다른 군소 회사들은 합작사를 따라간다. 중국에서 간혹 일어나는 짝퉁 소송 모두 해프닝에 그친다. 이런 소송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도 않지만 구조적으로 이길 수가 없다.

점유율도 계속 합작사가 우세를 보여 왔고 특히 세단 시장에서 강세를 보인다. 2000년대 중반 이후로 합작사의 점유율은 계속 증가한 반면 중국 브랜드는 감소해 왔다. 그러다 최근 몇 년 새에 변화가 생겼다. 그 변화의 가장 큰 이유가 SUV이다.

중국 SUV의 선두주자는 중국 회사인 그레이트 월이다. 그레이트 월은 SUV에 특화돼 있었기 때문에 SUV 붐에 제대로 올라탔다. SUV 세그먼트에서 판매 1위를 차지한 것은 그레이트 월의 하발 H6가 처음이다. 하발 H6는 예전에도 잘 팔렸지만 최근까지도 인기가 식지 않고 있다. 작년에는 2위를 차지한 티구안과 12만대 차이를 보인다. 그러니까 중국 시장의 상황을 얘기할 때 그레이트 월과 하발 H6를 빼놓을 수 없다.

세단은 여전히 합작사가 강세지만 SUV는 얘기가 다르다. 중국 브랜드가 강세를 보인다. 그레이트 월의 하발 H6를 필두로 JAC S3, 창안 CS 시리즈 등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SUV 때문에 중국 브랜드들이 점유율을 회복하는 중이다. 작년 SUV 판매 624만대 중 중국 브랜드가 335만대이다. 그러니까 SUV 세그먼트에서는 중국 브랜드의 점유율이 50%를 넘는다. 40% 이하까지 떨어졌던 전체 점유율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작년에 합작사가 밀렸던 주된 이유가 SUV이다.

반면 이런 상황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지금의 SUV 판매는 중국 브랜드의 저가 모델 공세에서 비롯된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SUV를 탄다는 메리트가 있다. 반대로 얘기해서 합작사가 그동안 이에 대응할 수 있는 SUV를 준비하지 못했다는 말도 된다. 이미 상황은 달라질 채비를 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오준 560이다. 작년 상하이 모터쇼에서 데뷔한 바오준 560은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SAIC-GM-울링 합작사가 내놓은 바오준 560은 1위를 질주하던 하발 H6를 위협 중이다. 올해 1월 판매에서는 바오준 560과 하발 H6의 판매 대수 차이가 불과 2만대로 줄었다. 티구안을 제외한다면 이정도로 하발 H6을 위협하던 차는 없었다. 560은 SAIC-GM-울링 합작사가 바오준이라는 저가 브랜드로 출시한 SUV이다. 대단히 성공적인 실적을 거두고 있으며, 현재 페이스로 보면 하발 H6을 추월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세단은 SUV 때문에 판매가 감소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SUV 선호가 세단 판매 감소로 이어진다. 작년 중국의 세단 판매는 5% 이상이 감소했고, 점유율은 60% 이하로 떨어졌다. 작년의 세단 세그먼트에서 판매가 상승한 브랜드는 오직 독일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감소했다. 참고로 중국 브랜드의 세단 세그먼트 점유율은 20% 초반까지 떨어졌다.

전체 시장을 보면 판매는 소형차와 SUV가 견인 중이다. 특히 배기량 1.6리터 이하의 자동차가 주류를 이룬다. 중국 정부가 의도적으로 1.6리터 이하 자동차의 판매를 장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작년 10월부터 취득세 50% 감면 혜택을 주면서 1.6리터 이하 자동차의 판매가 더욱 활성화 됐다. 작년 기준으로 중국은 1.6리터 이하 자동차의 판매만 1,450만대이고, 이는 전체 승용차 판매의 68.6%에 해당된다.

뉴 에너지 비클로 불리는 친환경차의 판매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작년 친환경차 판매는 34만 471대로 전년 대비 330% 이상이 상승했다. 이중 중국 생산차가 33만 1,092대로 절대 다수이고, 전기차의 판매는 24만 7,482대로 450%,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8만 3,610대로 180%가 올랐다. 그리고 친환경차의 점유율도 기존의 0.32%에서 1.3%로 상승했다. 친환경차의 점유율이 1%를 넘은 것은 작년이 처음이다.

중국은 이제 안정적인 성장세로 접어들었다는 전망이 많다. 다른 말로 하면 예전처럼 두 자리 수 이상의 폭발적인 증가가 힘들다는 뜻도 된다. CAAM은 향후 10년 동안은 연 3~5%씩의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확실히 이 정도의 증가폭은 중국에 거는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중국의 3~5%는 다른 나라의 3~5%와는 얘기가 다르다. 증가하는 대수가 훨씬 크다. 2022년을 전후로 중국의 신차 판매는 3,000만대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여전히 주목받는 이유다.

한상기
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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