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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 VOL. 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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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
전 세계에 휘몰아치는 SUV 열풍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의 SUV 열풍이 대단하다. 하루 이틀, 혹은 최근 몇 년 사이에 생긴 현상은 아니지만, 많은 전문가의 예상을 뛰어넘어 모든 세그먼트를 통틀어 최고의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양적으로, 유럽 기준 B와 C세그먼트를 포함하는 컴팩트 SUV가 가장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이며, 고급 브랜드들이 진출하고 있는 프리미엄 중대형 SUV 시장이 새롭게 형성되며 질적 성장까지 이루었다.

우리 기준으로 판매가가 1억 원을 훌쩍 넘는 프리미엄 시장은, 랜드로버 레인지로버와 캐딜락 에스컬레이드가 독점하던 시절을 지나, 지난 2002년 포르쉐를 시작으로 최근 벤틀리, 마세라티 등 전통적으로 세단만을 만들던 회사까지 뛰어들었다.

이런 SUV 붐은, 무엇보다도 미국의 영향이 크다. 미국은 전통적 의미의 SUV 및 승용에 가까운 픽업을 포함하는 경트럭(Light Trucks)이 강세를 보이는 곳. 1991년부터 2005년까지는 연평균 자동차 판매 1,550만대 중 경트럭이 차지하는 비율은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720만대 수준이었다.

2006~2013년 경제위기 등을 거치며 전체 평균판매가 이전의 89% 수준인 1,380만대까지 떨어졌지만, 경트럭 판매는 거의 줄지 않은 710만대를 유지, 전체 자동차 판매의 51%로 반을 넘어섰다. 이런 추세는 더욱 커져 2014년 870만대(53%), 2015년 990만대(57%), 2016년 1,060만대(61%, 추정치)를 거쳐 2017년에는 1,140만대(64%, 예상치)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경향은 전 세계 승용차 판매량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2017년 9월까지, 전 세계 승용차 판매 1위는 토요타의 소형차 코롤라다. 2016년 9월까지 99만2,000대가 판매돼 1위에 올랐던 코롤라가 올해 같은 기간 93만대로 6.2% 줄었다.

2016년 71만2,000대로 2위였던 골프는 올해 66만4,000대로 6.8% 줄어들며 3위로 내려앉았다. 그 자리에는 2016년 3위였던 포드 F시리즈 트럭이 79만7,000대가 주인을 찾아갔다. 무려 9.5%의 성장을 보이며 큰 격차로 골프를 밀어냈다.

중요한 부분은 5~7위를 차지한 도심형 SUV인 크로스오버들이다. 사륜구동 시스템과 함께 험로주행을 위한 로 기어(low gear)를 갖춘 정통 오프로더 SUV와 달리, 이들은 흔히 소프트 로더로도 불린다. 오랫동안 이 시장을 이끌어온 토요타 RAV-4가 60만8,000대로 2016년 대비 13.8%가 늘어나며 7위에서 5위로 올라섰다. 2016년 12월 5세대 모델로 나온 혼다 CR-V가 과격한 디자인과 품질문제로 곤혹을 치르기는 했지만 57만7,000대로 6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2016년 9월까지 36만1,000대 판매로 22위 머물렀던 폭스바겐 티구안은 올해 9월까지 50만1,000대 판매로 무려 40.4%의 성장세를 보였다. 덕분에 가뿐하게 7위에 안착했다. 구형 대비 커진 차체와 깔끔한 디자인은 물론 전 세계 모든 시장에서 대응할 수 있는 가솔린·디젤 엔진 등 상품가치 또한 높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위의 대목들은 현재 세계시장이 어디로 움직이고 있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다. 수출 중심인 우리나라 자동차회사들, 특히 현대·기아자동차그룹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른 메이커에 비해 모델 수에서 부족한 것은 물론 위에 언급한 동급의 글로벌 판매량에서 유일하게 판매량이 줄어든 차가 투싼(-5.7%)과 스포티지(-17.5%)이기 때문이다. 물론 모델 변경 주기가 가깝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중국시장에 판매 하락이 주원인이라는 분석도 있기에 하루빨리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SUV 판매가 느는 것은 국내시장도 비슷하다. 도로에서든 주차장에서든 한 대 건너 SUV이고, 두 대 지나 SUV를 확인할 수 있다. 2012년 전체 승용자동차 판매에서 20% 초반이었던 SUV 점유율은 매년 3~5%씩 꾸준하게 오르기 시작, 2015년 34.1%까지 치솟았다. 이는 그해 1월 쌍용 티볼리를 시작으로 3월 현대 투싼과 9월 스포티지로 이어지는 신차 러시 및 캠핑으로 대표되는 레저문화의 확산이 주된 요인으로 보인다.

2017년, 상반기까지 되레 점유율이 30.9%까지 떨어지며 주춤하기도 했지만, 국내에서 가장 핫한 세그먼트인 컴팩트 SUV에 현대 코나와 기아 스토닉이 투입된 이후 판매가 급상승하고 있다. 두 모델 판매를 시작한 8월 37.7%로 뛰어올랐고, 본격적으로 출고를 시작한 9월 40.3%를 기록해 국내 자동차 판매 역사상 처음으로 40%를 넘기도 했다. 지난 9월 기준, 국산 승용 세단이 5만9,195대가 팔렸는데, SUV는 4만4,794대가 나가, 판매량 기준으로도 밀리지 않는 수준에 이르렀다.

재미있는 사실은 SUV 점유율이 높아진게, 용도에서 경쟁자라 할 수 있는 미니밴이 아니라 승용차의 그것을 뺏어왔다는 점. 결국, SUV 고객들은 동급의 승용차에서 값이 더 비싼 동급의 SUV로 업그레이드를 했다는 방증이다.

즉, 공간 활용성이 좋고, 디젤 엔진을 사용해 장거리 주행에도 연료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SUV로 소비자들이 몰렸다. 동급 승용차보다 SUV 가격이 높기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중고차 잔가율과 유지비를 따져졌을 때 총비용(Total Cost of Ownership)에서 유리하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아 쏘렌토의 경우, 등록된 지 1년이 지난 차를 기준으로 할 때 잔가율(신차 대비 중고차 판매 가격의 비율)이 무려 90%에 육박한다. 동급 승용차의 잔가율이 80% 초반에 머무르는 것과 비교할 때 큰 이익이 된다.

국내외 SUV 시장은 오프로더 SUV에서 도심형 크로스오버로, 혹은 중대형급에서 소형급으로 시장을 확장하며 성장하고 있다. 여기에 미니 컨트리맨이나 메르세데스-벤츠 GLC, GLA 등 프리미엄 콤팩트 SUV들의 역할도 크다.

결국, 많은 자동차회사가 전통적 시장 이외에 최신의 소비 트렌드를 읽어 새로운 길을 찾았다고 보는 것이 맞다. 그동안 꾸준하게 확장된 도심형 SUV를 기반으로, 단순히 작아진 것이 아니라 고급스러운 소형차를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이 시장에서 누가 주도권을 갖느냐가 미래 SUV 전쟁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동희
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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