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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 VOL. 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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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일 이스라엘 현지에서 개최된 ‘2017 대체연료·스마트 모빌리티 서밋.’

기조연설에 나선 지영조 현대차 전략기술본부장(부사장)이 이색적인 선언을 했다. 현대자동차의 ‘오픈이노베이션센터’를 내년 이스라엘에 설립한다는 내용이었다. 현대차가 이스라엘에 수천억 원을 투자하는 이유는 딱 한 가지다. 미래 혁신기술 분야에서 이스라엘 유망 스타트업과 협력하기 위해서다. 현대차는 “이스라엘 스타트업과 함께 미래 자동차 기술 개발을 위한 전초기지 역할을 할 연구센터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7000개가 넘는 스타트업이 자리 잡은 이스라엘은 ‘스타트업의 천국’으로 불린다. 특히 인공지능·사이버보안·센서융합 등 미래 기술 분야에 도전하는 스타트업이 많다. 이스라엘과 함께 정보통신(IT) 강국으로 알려진 한국은 어떤 스타트업이 본격 사업을 진행하고 있을까. 이미 한국에서 스타트업 사업 모델로 자리 잡은 분야는 공유차 산업이다.

쏘카·그린카 등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사업은 이제 누적회원 수 460만 명을 넘어섰다(2017년 6월 말 기준). 6개월 만에 회원 수가 30% 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기존 렌터카의 경우 하루 단위로 차를 빌려서 사용하는 데 비해, 공유차 기업은 도심지에서 10분 단위로 자동차를 빌려준다는 것이 특징이다.

공유차 분야에서 블루오션을 공략하며 제2의 쏘카와 그린카를 꿈꾸는 스타트업도 있다. 기존 공유차 기업이 상대적으로 전기차를 많이 운영하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해 100% 전기차만 공유차로 제공하는 이지고(구 씨티카)가 대표적이다. 또 P2P(피어투피어) 방식 차량 대여 서비스 스타트업 카모니는 자신의 집을 단기 임차해주고 이익을 얻는 에어비앤비처럼, 사용하지 않는 개인 소유의 차량을 빌려주는 단기 자동차 대여 플랫폼이다.

일부 스타트업은 기존 카풀 서비스를 특화한 아이디어를 선보였다. 스타트업 풀러스는 지난해 4월 처음 카풀 매칭 애플리케이션을 선보였다. 초기 선점 효과 덕분에 풀러스는 출시 1년 반 만에 75만 명의 회원을 확보했다. 또 다른 스타트업 콜버스랩은 광화문 등 출퇴근 수요가 몰리는 지역으로 이동하는 사람들을 버스에 태워 함께 이동하는 심야 콜버스를 운영한다.

2016년 전세버스를 활용해 심야 시간대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셔틀버스 사업을 시작한 콜버스는 서울시 18개 구에서 15대 심야 콜버스를 운영 중이다. 버스와 택시의 합성어가 사명인 벅시는 공항 전문 셔틀 서비스를 제공한다. 택시와 같은 대중교통 수단이 채워주지 못하는 교통시장의 틈새를 메우겠다는 아이디어다.

자동차 거래 분야에도 스타트업이 비교적 빠르게 자리를 잡고 있다. 첫차·헤이딜러· 미스터픽 등 스타트업은 중고차 거래를 중개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운영 중이다. 기존 중고차 거래가 서류상 내용과 실제 차의 상태가 달라 피해를 본 경우가 많다는 점에 착안했다. 중고차 거래에 금융자본이 활발하게 투자를 시작하자 비즈니스 모델을 더욱 특화한 서비스도 등장했다.

스타트업 차파는여자는 중고 화물차만 전문적으로 매매하는 사이트를 제공한다. 중고차 거래 과정에서 골탕을 먹은 경험이 있는 소비자를 위해 스타트업 카바조·꿀카 등은 중고차 품질을 신뢰할 수 있도록 소비자가 중고차 딜러를 방문할 때 정비사가 동행하기도 한다.

차량 유지 서비스를 특화한 스타트업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페달링은 정액으로 정기 방문 세차 서비스를 제공하고, 조이앤워시는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서 실시간으로 세차를 예약할 수 있다. 자동차 유지 서비스의 불투명한 가격 구조를 겨냥해 공개적으로 견적을 제시하는 스타트업도 있다.

비교적 가격이 비싼 소모품이지만 업체마다 비용이 들쭉날쭉한 타이어 시장에서는, 스타트업 타이어비즈가 역경매 방식으로 타이어 가격을 실시간 제공한다. 자동차 수리비도 카센터마다 제각각인 경우가 많다. 카닥·카수리 등의 애플리케이션은 다운로드 받아 여기에 사고 부위 사진을 업로드하면 정비업체가 수리 전에 견적을 먼저 제시한다.

주차 수요가 많지 않은 낮이나 주말에 주차공간을 제공하는 서비스도 발 빠른 스타트업이 놓칠 리 없다. 모두의주차장·아이파킹·파크히어 등이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스타트업이다. 이 시장이 활성화할 조짐을 보이자 대규모 기업집단에 지정된 카카오가 주차 서비스 스타트업 파킹스퀘어를 인수하기도 했다. 택시·대리운전과 함께 주차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카오T가 출범하기 직전의 일이다.

이스라엘과 비교하면, 이와 같은 한국의 자동차 스타트업은 미래 자동차 기술의 혁신을 유도하는 사업을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이 드물다. 주로 자동차 소비자 관점에서 서비스를 개선하거나 사용을 편리하게 보조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대부분이다. 기술 혁신은 주로 자동차 제조사들의 자체 연구소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현대차가 한국의 수많은 스타트업을 뒤로하고 이스라엘에 미래 자동차 기술 거점을 구축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지난 3월 13일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은 이스라엘 스타트업 모빌아이를 153억 달러(약 17조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모빌아이는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s) 등 자율주행 관련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이다. 한국 자동차 스타트업이 기술 개발에 주력해야 하는 배경이다.

다만 미국의 리프트·우버 등 선진국 대비 한국 자동차 스타트업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지 못하는 배경으로 정부 규제를 꼽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서울시는 지난 11월 8일 스타트업 풀러스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을 이유로 경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이 출·퇴근할 때만 카풀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풀러스 수사를 의뢰하자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지난 11월 15일 엄중한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P2P 방식의 차량 대여 서비스도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81조(자가용의 유상대여 금지 조항) 때문에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 관련 사업을 한국에서 진행하고 있는 스타트업은 자동차대여업체가 아니라 탁송업체로 등록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와 같은 문제를 인지한 스타트업들은 스마트 모빌리티 포럼을 창설해 관련 논의를 공론화하고 있다. 지난 11월 1일 최초로 창립한 스마트 모빌리티포럼에는 그린카·럭시·쏘카·e버스·풀러스·카카오모빌리티 등 6개 스타트업이 참여했다.

문희철
중앙일보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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