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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 VOL. 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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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화 방향
국내 자동차회사의 전동화 정책방향

국내 자동차회사의 전동화 정책방향

한때 반도체 업계에서는 무어의 법칙(Moore’s Law)이 통용됐다. 인텔의 공동 설립자인 고든 무어(Gordon Moore)는 2년마다 마이크로칩 저장능력이 2배로 증가한다고 예상했다. 그의 예상처럼 동일한 면적의 반도체칩에 들어가는 트랜지스터 개수는 2년마다 약 2배로 늘어왔다. 매년 반도체 생산성이 34.7%나 높아졌다는 의미다. 전기차시장도 무어의 법칙이 무색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에 따르면, 10년(2015~2025년) 동안 전 세계 전기차시장은 연평균 37.6%의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무어의 법칙을 뛰어넘는 성장세가 이어진다는 의미다.

국내도 분위기는 마찬가지. 올해 들어 국내 자동차 제조사의 예약판매대수는 이미 지난해 연간 전기차 판매대수를 넘어섰다. 현대차의 코나EV는 예약 5일 만에 판매대수 1만 대를 돌파했다. 한국지엠 전기차 볼트EV 역시 올해 초 사전계약 물량 접수 시작 세 시간 만에 예정했던 5000대 판매가 끝났다. 지난해 한국 베스트셀링 전기차 현대차 아이오닉EV 역시 올 들어 불과 5일 만에 지난해 4개월치 판매량(2400여대)을 넘어섰다.

내수 전기차시장이 활성화하자 BMW(i3), 메르세데스-벤츠(C350e), 닛산(리프), 재규어(I-페이스), 테슬라(모델 3) 등 수입차 제조사도 한국시장에서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밀려오는 수입차 공세에 국내 완성차 제조사는 어떤 전기차 정책을 추진하고 있을까.

글로벌 전기차시장 경쟁에서 다소 뒤져있다는 평가를 받지만, 사실 국내 최대 자동차 제조사인 현대차그룹이 전기차를 선보인 건 벌써 7년 전이다. 2011년 관공서를 중심으로 현대차 블루온을 시범 판매했다.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판매한 전기차는 기아차가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레이EV(2012년), 쏘울EV(2014년)를 선보이면서 전기차 기술력을 확보했다. 이 중 쏘울EV는 2015년 1만 대 판매를 돌파(1만865대)했다. 지난해 내수 전기차 베스트셀링카 자리에 오른 현대차 아이오닉(1만7396대)은 2016년 하반기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국내에서 판매중인 네 개의 전기차 라인업 이외에도, 현대차그룹은 중국 등에서 현지 전략형 모델(위에동EV·쎄라토EV) 2종을 전기차로 개발해 판매중이다.

현대차그룹은 6종의 전기차를 여섯 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2025년까지 38종의 친환경차를 선보이겠다”고 발표했다. 기존 31종의 친환경차 개발계획을 확대한 것이다. 특히 전기차 부문에서는 2025년까지 매년 새로운 전기차 모델을 선보이겠다고 공언했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이 이렇게 전기차를 계속 선보인다면 2025년까지 현대차그룹은 총 14종의 전기차 라인업을 갖춘다. 계획대로라면 현대차그룹이 세계 3대 전기차 제조사로 올라서는 셈이다.

연초 국내 예약판매를 시작한 코나EV가 ‘3대 전기차 제조사’ 계획의 시작이었다. 현대차는 아직 코나EV 상세제원을 밝히지 않았지만, 최대 1회 충전에 390km 이상 주행이 가능하며, 이보다 출력이 낮은 배터리를 얹은 도심형 모델도 1회 충전으로 최대 240km 이상의 주행거리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다. 현대차가 상반기 코나EV를 출시한 이후, 기아차가 하반기 니로EV를 선보이며 기세를 이어간다. 그 다음엔 현대차에서 독립한 제네시스 차례다. 현대차는 “2020년경 1회 충전 시 500km 이상을 주행할 수 있는 고성능 장거리 전기차 모델을 제네시스 브랜드가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이를 위해서 차급에 따라 배터리 탑재 용량을 바꿀 수 있고, 충전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신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소전기차시장에서도 현대차그룹은 선도적으로 뛰어들었다. 1998년부터 수소전기차 개발에 착수한 현대차는 2000년 싼타페 FCEV를 선보였고, 2004년 독자 연료전지시스템을 개발했다. 2013년에는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 양산체제를 구축하고 미국·유럽 등에 시범판매를 실시했다. 양산형으로 개발한 투싼 FCEV는 현재 18개국에서 총 899대가 판매됐다.

차세대 수소전기차 넥쏘가 지난 2월 2일 서울평창고속도로(약 190km)에서 자율주행에 성공하기도 했다. 공해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수소전기차로 자율주행기술을 선보인 것은 전 세계에서 현대차가 처음이다. 자율주행 시연에 투입했던 넥쏘와 동일한 차종에 문재인 대통령이 탑승하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현대차는 승용차뿐만 아니라 상용차시장도 놓치지 않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5월 상용차 박람회(메가페어)에서 최초로 전기버스 ‘일렉시티’를 공개했다. 256kWh의 고용량 리튬이온 폴리머 배터리를 장착한 이 버스의 1회 충전 주행거리는 319km다. 단기충전(30분)만 해도 170km 이상 주행할 수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20대의 일렉시티를 판매했다”며 “올해부터 판매량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르노삼성차도 현대차와 비슷한 시기에 국내에서 전기차 기술 개발을 시작했다. 2011년 한국 환경부와 함께 전기차 실증사업을 시작했다. 일찍 시작한 만큼 전기차 판매량도 꽤 많은 편이다. 소형세단 SM3의 전기차버전(SM3 Z.E.)은 2013년 출시 이후 지난해까지 누적 4413대를 판매했다. 르노삼성차는 전기차 보조금 지원, 전기차 충전인프라 확보도 선제적으로 추진했다. 서울·제주·대구에서 운행중인 250여대의 전기택시도 SM3 전기차다.

지난해 선보인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도 691대를 판매했다. 별도 충전기 없이 가정용 220V 콘센트로 충전할 수 있는 트위지는 그간 국내 완성차 제조사가 선보이지 않았던 틈새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르노삼성차는 “올해 SM3 Z.E. 2500여대와 트위지 2500여대를 판매해 연간 전기차 판매대수 5000대를 넘어설 것”이라는 목표를 공개했다.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전기상용차시장도 두드리고 있다. 현대차가 전기버스를 선보였다면, 르노삼성차는 1t 트럭을 개발하고 있다. 르노삼성차는 “250km를 주행할 수 있는 1t 전기차를 산학연 공동프로젝트로 개발하고 있다”며 “늦어도 2019년까지는 개발을 마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지엠은 2013년 쉐보레 스파크EV를 선보이며 국내에서 자사 최초로 전기차를 선보인 바 있다. 당시 1회 충전시 주행가능 거리는 135km, 연비는 5.6km/kWh였다. 국내에서는 많이 판매되지 않았지만(40대·2013년) 해외에선 매년 2500여대 정도가 팔린 인기 전기차다. 한국 전기차시장에서 한국지엠이 본격적인 인기몰이를 한 건 지난해 볼트EV를 출시하면서다. 볼트EV는 미국 GM 본사의 전동화정책을 엿볼 수 있는 차종이다. 지난 1월 GM이 볼트EV를 기반으로 크루즈 자율주행 콘셉트카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이를 기반으로 보면 GM이 추진하는 자율주행차가 전기차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다는 사실을 추정할 수 있다. GM은 “2019년까지 완전 자율주행차를 선보이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편, 쌍용차는 아직 전기차를 선보이지 않았지만 조만간 전기차를 선보인다는 목표다. 2020년까지 소형 SUV 기반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현재 개발중인 만큼 아직 세부제원이나 구체적인 데이터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전기차 기반기술을 확보해 전기차를 출시한다는 계획은 명확하다.

쌍용차는 “(순수 전기차는 아니지만) 국책과제의 일환으로 전기모터와 리튬폴리머 배터리를 조합한 코란도C EV-R와 티볼리EVR을 개발한 적이 있다”며 “이 과정에서 축적한 전기구동기술을 발전시켜서 완성도 높은 차별화한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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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철
중앙일보 산업부 기자
ISSUE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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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화 방향

국내 자동차회사의 전동화 정책방향

ISSUE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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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경유차 지원

오래된 경유차, 운행 억제로 바꿔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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