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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 VOL. 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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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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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스토리
감성소통 ‘스토리’와 ‘경험’에 감동하다

아빠는 우주비행사다. 우주선을 타고 한 번 지구를 떠나면 얼굴 보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몇 년 만에 한 번 집으로 돌아오는 아빠는, 딸에게는 늘 그리움의 대상이다.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 전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지구에 있는 딸의 그 ‘사랑 메시지’를 우주에 있는 아빠에게 전해줄 수 있단다. 제네시스 자동차가 말이다. 제네시스가 부녀간 애틋한 사랑의 메신저 역할을 자처한 것이다. 방법? 네바다 주 사막 한 가운데에다가 우주에서도 볼 수 있을 있을 만큼 커다란 글씨로 딸의 메시지를 적는 거다. 그런데 펜이나 붓으로 쓰는 게 아니다. 다름 아닌 제네시스 자동차 타이어로 그리는 거다. 자동차가 지나갈 때의 흔적, 즉 바퀴자국으로 글씨를 만드는 것 말이다. 11대의 제네시스가 네바다 사막을 도화지 삼아 딸이 아빠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거대하게, 그리고 정교하게 그려 나간다. 정말 장관이다. “아빠 사랑해요”라는 메시지가 그렇게 우주까지 배달된다. 우주를 비행 중의 아빠의 환한 웃음에 제네시스 로고가 자연스럽게 오버랩된다. <우주로 보내는 편지, A Message to Space)>라는 이름의 제네시스 광고다.

현대 제네시스 광고


바야흐로 ‘감성’의 시대. 산업화 시대와 정보화 시대를 거쳐 이제 우리는 ‘감성’과 ‘공감’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좌뇌에서 우뇌로 소통의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관건은 ‘교감’이다. 통해야만 하는 세상이라는 의미다. 지금까지의 이성적 메시지만으로는 더 이상 상대의 마음을 열 수가 없다. “그래서 어쩌라고?” 메마른 이성적 메시지에 돌아오는 상대의 대답이다. 그래서 필요한 게 감성의 스토리다. 단순한 주장이 아닌, 상대가 공감할 수 있는 우리의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하는 이유고, 고객의 ‘머리’가 아니라 고객의 ‘가슴’에 울림을 주어야 하는 이유다.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즉 광고 단계도 그렇게 올라간다. 처음에는 우리 제품의 일반적 속성에 대해 ‘설명’한다. 1단계다. 그 단계를 지나면 우리 제품 특장점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랑’의 2단계다. 다음 3단계는 우리 브랜드가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편익’에 대한 소구다. 그리고 우리 브랜드가 고객의 삶에 있어 어떤 ‘의미’인지 얘기하는 게 마지막 4단계다. 즉, 단계가 올라갈수록 고객을 중심에 둔 상호교감의 소통이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기아 스포티지 광고


세상의 많은 브랜드들이 이러한 감성소통을 통해 성공을 빚어낸다. 매월 1억 9천만 개가 팔리는 오리온 초코파이를 위기에서 다시 구해낸 것도 다른 게 아니다. 바로 ‘정’(情)이다. 새로운 성분을 추가했다거나 카카오 함량을 높였다는 게 아니다. 시쳇말로 ‘그 놈의 정’이 초코파이를 다시 살려낸 것이다. “나는 1974년 대한민국에서 태어났습니다. 나는 사람들 속에서 큰 사랑을 받았고 그 사랑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나는 지구를 25바퀴 채 돌았습니다. 영하 40도의 추위가 두렵지 않았고 높은 낭떠러지가 두렵지 않았으며 열대의 태양이 두렵지 않았습니다. 내가 유일하게 두려운 것은 나를 기다리는 사람에게 가지 못하는 일입니다.” 영화배우 하정우 씨의 목소리가 귓가에 촉촉이 젖어드는 초코파이 광고 <파이로드-지구와 정을 맺다> 편은 그런 감성적 스토리텔링의 정점이다.

“아버님 댁에 보일러 하나 놓아드려야겠어요.” 1992년 광고였으니까, 무려 30년이 다 되어가는 경동보일러 광고의 카피다. 그 광고를 본 적도 없는 요즘 젊은 친구들이 이 문구만큼은 줄줄 외우고 있다. 감성의 힘이며 공감의 결과다. 이처럼 감성적 스토리텔링은 팍팍한 고객의 마음을 여는 따뜻한 알리바바의 주문인 셈이다.

달라진 자동차광고의 또 다른 키워드는 ‘경험.’ 물질적 풍족함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물질이 주는 행복의 절대치 자체가 예전에 비해 많이 줄었다. 못 가진 걸 가져서 얻게 되는 행복보다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얻게 되는 행복감이 더 큰 이유다. 쏘나타를 타서 행복했는데 제네시스를 구입했다고 자랑하는 사람을 보면 심사가 뒤틀리기도 한다. 하지만 가족들과 다녀온 남해안 여행이 행복했다면 하와이 여행을 다녀온 사람을 만나도 부럽지 않다. ‘물질’은 상대적인 반면 ‘경험’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물질재 대비 경험재는 공유도 가능하다. 이야기나 글로 그때의 감동을 함께 나눌 수 있다. 그러니 자동차광고에서도 ‘소유’를 자극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 이 자동차를 통해 얼마나 근사한 경험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기아자동차의 스포티지 광고는 이런 부분에서 맞아떨어지는 광고다. 근사한 자연의 풍광과 함께 “주말, 하늘과 땅이 하나 되는 광경을 목격하다, 밤하늘에 수놓인 별들을 세어 보다, 자연이 만들어낸 소리에 빠져들다”라는 카피가 차례로 화면에 나타난다. 하지만 카메라가 줌 아웃, 뒤로 빠지면서 보이는 장면은 딴판이다. 거실 소파에 누워 멋진 광경을 스마트폰으로 들여다보는 한 남자의 궁상맞은 모습. 그때 성우의 설명이 들린다. “보기만 하는 건 진짜가 아니다. 시동을 켜라. 진짜가 시작될 테니까!” 그리고는 신나는 아웃도어 스포츠와 캠핑장면들이 이어진다. 마지막 문구는 이렇다. “주말이 리얼이다.” 스포티지 역시 특장점에 대한 이성적 메시지는 완전히 걷어냈다. 스포티지를 갖게 되면 할 수 있는 환상적인 경험을 보여준다. 소유를 위한 소비가 아니라 경험을 위한 소비에 초점을 맞춘 소통이다.

LG전자에서 출시한 스마트폰 ‘아카’는 IT 디바이스인 스마트폰을 ‘도구’가 아닌 ‘반려동물’로 포지셔닝했다. 네 가지 종류의 스마트폰에 각각의 캐릭터와 개성을 부여하고 저마다의 닉네임을 붙여 출시한 전략폰이다. 자동차광고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고급스러운 가죽시트와 최고의 사양”이란 표현은 더 이상 먹히지 않는 세상. “미지의 세계로 여행과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이라는 표현을 더욱 인상적으로 받아들이는 고객들이다. 물건을 담은 이성적 ‘컨테이너’의 세상은 저물어간다. 바야흐로 이야기를 담은 감성적 ‘콘텐츠’의 세상인 것이다.
“똑똑한 리더는 스토리로 설득하고 멍청한 리더는 명령만 내린다.” 스토리텔링의 대가 로버트 맥기 교수의 말이다. 이 말을 조금만 바꾸면 이런 표현도 가능하다. “똑똑한 마케터는 감성으로 소통하고 멍청한 마케터는 팩트만 들이댄다.” 팩트는 넘쳐난다. 공감의 스토리로 엮어내지 못하면 팩트는 사라지고 만다. 중요한 건 ‘사실’이 아니라 ‘공감’이다. ‘스토리’와 ‘경험’을 팔아야 하는 이유다.

안병민
열린비즈랩 대표, facebook.com/minop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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