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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 VOL. 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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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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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스토리
험난한 여정의 끝, 또 다른 도전의 시작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2017 WRC가 호주 랠리를 마지막으로 막을 내렸다. 많은 기록과 명승부를 만들며 팬들의 환호를 받았던 2017 시즌은, 30년 넘게 WRC를 지배해오던 출력 규정이 바뀌면서 새로운 볼거리를 연출하기도 했다. 테스트에 중점을 둔 토요타, WRC의 터주대감 시트로엥, 챔피언 영입으로 상승세를 이어간 M 스포트, 도전정신으로 무장한 현대차까지 4개의 워크스팀이 치열한 접전을 벌인 이번 시즌은 이변의 연속이었다.

1월 19일 몬테카를로 개막전을 시작으로 총 13라운드로 펼쳐진 2017 시즌은 많은 부분에서 2016 시즌과는 달랐다. 개막전은 M 스포트가 우승을 가져가면서 초반 기선제압에 성공하는 듯 보였으나 4라운드인 프랑스 랠리까지 토요타(2라운드 스웨덴 우승)와 시트로엥(3라운드 멕시코 우승), 현대차가 각각 1번씩 우승을 차지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연승행진을 가장 먼저 시작한 팀은 현대차. 4라운드 프랑스 랠리를 시작으로 5라운드 아르헨티나 경기까지 우승을 하는 기염을 토했다. 물론 M 스포트가 개막전과 6라운드인 포르투갈 랠리 우승을 챙기면서 2승을 기록했다. 전반부는 접전의 연속이었다.

7라운드인 이탈리아부터 디펜딩 챔피언 M 스포트의 세바스티앙 오지에의 전열이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반면 루키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면서 또 다른 양상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현대차는 티에리 뉴빌이 8라운드 폴란드 랠리를 잡으면서 드라이버 챔피언십 선두로 나서기 시작했고 잠깐 숨고르기에 들어갔던 토요다 역시 9라운드 우승컵을 차지하며 전열을 가다듬었다. 현대차가 가장 기대를 모았던 독일 랠리에서는 M 스포트 오트 타낙이 시즌 2승에 성공했다. 반면 현대차는 홈그라운드라 불리던 독일에서 리타이어 하면서 챔피언 경쟁에서 밀린다.

후반부로 들어서면서 현대차 역시 분위기 쇄신에 나서며 거세게 밀어붙였지만 쉽지 않았다. 9라운드 핀란드 랠리 이후 포인트 획득에 실패한 에이스 티에리 뉴빌의 부진은 11라운드 스페인 경기까지 이어졌다. 12라운드 영국 랠리에서 M 스포트가 다시 한 번 우승을 차지하면서 2017년 드라이버 및 매뉴팩처러스 챔피언십까지 확정짓는다. 영국 랠리를 2위로 마친 현대차가 2위 굳히기에 성공했고 그 여세를 몰아 최종전인 호주 랠리에서 티에리 뉴빌이 1위, 헤이든 패든이 3위로 들어오며 더블 포디움을 차지했다.

2017 시즌 WRC에는 대대적인 변화가 있었다. 300마력으로 제한했던 출력을 380마력까지 올렸고, 코스도 대거 바꾸면서 모든 팀이 비교적 대등한 조건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었다. 이중에서도 가장 유리한 고지에 있었던 팀은 현대차였다. 이미 1년 전인 2016년 경주차 테스트를 끝낸 덕분에 안정적인 성능과 함께 시즌 적응도 가장 빨랐다. 전투력 높은 드라이버, 상승세의 팀 분위기 등 현대차는 강력한 우승후보로 점쳐졌다. 워크스팀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후발주자로서 노하우를 차근차근 쌓아가고 있다는 점도 현대 WRC팀의 가장 큰 장점이었다.

2013년부터 호흡을 맞추고 있는 티에리 뉴빌을 필두로 다니 소르도와 헤이든 패든까지 총 3명의 드라이버를 기용했다. WRC 기대주 중 하나인 티에리 뉴빌은 현대차의 WRC 통산 7승 가운데 6승을 안겨준 효자 드라이버다. 여기에 노련함을 겸비한 노장 다니 소르도와 신예 헤이든 패든이 팀을 보다 탄탄하게 만들어주었다. 특히 다니 소르도는 WRC의 전설이라 불리는 세바스티앙 로브의 팀메이트로 시트로엥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으며 명문팀 운영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9월에는 현대차에 새로운 선수가 합류했다. 노르웨이 출신의 안드레아스 미켈슨으로 WRC 통산 3승의 주인공이다. 안드레아스 미켈슨 영입은 ‘신의 한 수’로 불리며 2018 시즌을 보다 뜨겁게 달굴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팀들에 비해 발 빠르게 준비한 i20 쿠페 WRC의 전투력도 상당히 높았다. WRC 팀 중 가장 먼저 쿠페를 도입한 현대차는 높아진 출력에 맞게 공력특성을 개선했다. 2016 경주차에 비해 앞뒤로 과격한 디자인의 에어로파츠를 둘러 전체적인 몸집은 커졌지만 FRP(유리섬유)와 카본, 알루미늄 소재 파츠를 갖춘 i20 쿠페 WRC의 무게는 네바퀴굴림을 썼음에도 양산형에 비해 훨씬 가볍다. 엔진은 WRC를 위해 개발한 직렬 4기통 1.6L 직분사 터보엔진을 얹었다. 최고출력은 380마력.

반면 시즌이 거듭될수록 경험 부족에서 오는 한계를 보이기도 했다. 순조로운 출발의 초반에 비해 유럽 랠리가 몰려있는 시즌 중반 기대와 달리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라이벌이자 올 시즌 챔피언을 거머쥔 세바스티앙 오지에가 꾸준하게 포인트를 관리한 것과 대조적이었다. 몇 번 승부수를 띄웠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결국 전체 우승회수가 많음에도(티에리 뉴빌 4승, 세바스티앙 오지에 2승) 챔피언을 차지하지 못했다. 경험부족에서 온 결과였다. 최종전에서 올 시즌 세 번째 더블 포디움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두는데 만족해야 했다.

2003년 철수 후 무려 11만에 WRC에 복귀한 현대차의 성적표는 지금까지는 상당히 괜찮다는 평가다. 모터스포츠 자체가 단시간에 상승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하지만 현대차는 과거 어떤 팀보다도 파격적이다. WRC 간판주자로 꼽히는 티에리 뉴빌과 안드레아스 미켈슨이 이끌어 나갈 2018년은 그 어느 해보다 강력한 전투력을 지니게 된다. 안정적인 팀 분위기와 완성도 높은 경주차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반면 2018 시즌이 그 어느해보다 현대차에게 어려운 시즌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객관적으로 챔피언 확률이 가장 컸던 올 시즌을 아쉬움과 함께 마쳤지만 2018 시즌은 경쟁팀들의 전투력도 높아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

그럼에도 2018년 시즌의 강력한 우승후보는 현대차다. 매뉴팩처러스 부분에서 현대차는 2014년 4위를 시작으로 매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2016년과 2017년 2위를 기록하며 명실상부한 WRC 챔피언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기존 현대차 WRC팀이 티에리 뉴빌의 의존도가 높았으나 2018년은 안드레아스 미켈슨의 활약도 기대해 볼만하다. 이미 몇 경기에서 맞춰본 두 선수의 호흡도 빠르게 안정되고 있다. 2017 시즌 성적을 참고해 보면 현대차는 무려 3번의 더블 포디엄을 기록했는데 3명의 선수가 언제든 포디움에 오를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안드레아스 미켈슨까지 합류하면서 전체적인 드라이버 전력은 올해보다 훨씬 올라갈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국제적으로 현대차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이제는 경기가 열리는 곳에서 현대차를 응원하는 팬들도 많아졌고, 모터스포츠 관련 상품을 취급하는 곳에서도 패치를 비롯해 다양한 현대차 WRC팀의 상품을 볼 수 있다. 변수가 많은 경기인 만큼 2018 시즌 역시 어느 팀, 누가 챔피언이 될 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후보에 현대차가 매번 거론된다는 점 역시 현대차 WRC팀에 큰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요소다.

황욱익
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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